로빈후드가 미국 증권시장에 가져온 큰 변화

2월 20일 한국시간 약 9시 30분경 휴대폰에 알림이 떴다. 모간 스탠리(Morgan Stanley)가 미국 온라인 증권사 이트레이드(eTrade)를 인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아직 미국 장 개장 전이었지만 이로 인해 이트레이드의 주가는 20% 상승했다.

screenshot from CNBC

이트레이드의 인수는 작년 말부터 어느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작년 11월 말 온라인 증권사의 수익성 악화로 TD 아메리트레이드(TD Ameritrade)가 찰스슈왑(Charles Schwab)에 인수되면서 업계는 다음 주자로 이트레이드를 지목했다. 그리고 나서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이트레이드는 모간 스탠리에 인수되었다.

미국 온라인 증권사들의 수익 악화는 무료 수수료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었는데 이는 2014년에 출시한 로빈후드라는 앱때문에 촉발되었다. 스탠퍼드 동문인 두 청년이 월가에서 일하며 증권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수수료로 고액 연봉과 퇴직금을 두둑히 챙기는 것을 보고 분노하여 이 어플을 만들었다고 한다. 밀레니얼 세대를 타겟으로 주식 거래를 쇼핑하듯 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무려 ‘무료 수수료’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그리고 그 어플의 이름은 귀족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을 도왔다는 중세 영국의 의적(義賊) ‘로빈 후드’라고 붙였다.

picture by Robinhood

로빈후드는 출범 4년만에 앱 이용자 400만명, 거래 종목 1만개, 주식 거래액 1,500억달러의 성과를 냈다. 앱 하나로 증권 시장을 뒤흔들었으니 기존 증권사들이 무척이나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로빈후드는 그 과정에서 고객 데이터를 철저히 분석해서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들도 한두개씩 제공해나감으로써 고객을 지속적으로 확보했을 뿐 아니라 수익성도 향상시켰다. 시간 외 거래 및 마진 거래에 대한 월정액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로빈후드는 수익 구조에 대한 우려를 해소했을 뿐 아니라 회원 수도 17%나 더 늘었다.

이러한 로빈후드의 고공행진에 기존의 증권사들은 하나 둘 수수료 무료를 선언했다. 19년 10월 초 가장 먼저 업계 1위인 찰스슈왑이 수수료 무료를 선언했고, 뒤따라 TD 아메리트레이드, 피델리티 그리고 이트레이드가 수수료를 폐지했다. 그 바람은 한국에까지 불어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많은 증권사들이 수수료 0원을 내세워 홍보했다. 주 수익모델인 수수료가 줄어들었으니 증권사는 자산관리, IB(투자은행), 트레이딩부문 등 기타 사업 모델로 승부를 봐야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TD 아메리트레이드와 찰스슈왑은 인수합병을 하기로 했다. 두 회사가 합쳐지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통해 20억달러 규모의 비용을 절감하고 총 2,400만명의 고객풀을 보유하게 되었다.

미국 3대 온라인 증권사 작년 주가 수익률 (2020.01.23 기준) screenshot from CNN

이번 모간 스탠리의 이트레이드 인수는 찰스슈왑과 TD 아메리트레이드의 합병만큼 리테일 증권 위탁매매 시장에서의 큰 시너지 효과는 없을 수 있지만 소매금융을 눈여겨봐온 모간 스탠리에게는 큰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같다. 모간 스탠리는 작년 말부터 소매 금융 부분을 확장하기 위해 이트레이드뿐 아니라 US뱅코프라는 소매 은행 인수도 검토해왔다. 모간 스탠리는 이번 인수로 이트레이드의 370만 소매 고객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트레이드는 로빈후드가 초기에 주요 경쟁자 중 하나로 삼았을 만큼 가장 기술에 친숙하고 취급 상품이 다양하다. 친암호화폐 증권사라고도 불리는 이트레이드는 작년 여름부터 비트코인을 포함하여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준비하고있다고 얘기해왔다. 향후 이트레이드 플랫폼을 활용하여 비트코인 매매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같다.

(아직 모간 스탠리는 암호화폐 쪽에 손을 뻗은 적은없다. 골드만삭스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인수한 적이 있고, JP 모건을 포함한 여러 상업은행들은 자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시범 적용중이다.)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아직 로빈후드만큼 판도를 뒤흔들만한 서비스는 없다. 물론 여러 증권사들이 수수료를 인하하고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중에 있지만 혁신적인 서비스는 없다. 하지만 곧 카카오페이에서 증권위탁매매 서비스를 출시한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2월 초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추진한 지 1년 4개월여 만에 금융 당국의 최종 승인을 받았다. 

picture by BLOTER

카카오의 다른 자회사인 카카오뱅크는 출시 5년만에 국민의 3/4에 해당하는 3,0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한 저력이 있는 만큼 카카오의 증권업 진출이 국내 증권사에 끼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NH투자증권의 정준섭 연구원은 카카오페이의 증권업 진출로 인한 영향을 아래와 같이 분석했다.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와 자산관리(WM), 위탁매매 수수료 비중이 높은 중소형 증권사는 카카오페이 출범으로 인해 직접적인 경쟁 심화와 수익 감소가 예상된다” “카카오페이증권이 기존 증권업계의 손익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겠지만, 적어도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 시장에는 의미 있는 변화를 불러올 것” “고객 접근성에 있어 기존 증권사들보다 압도적으로 강력한 채널을 갖추고 있기 때문”

로빈후드의 등장으로 지난 몇년간 미국 온라인 증권사 각각에게는 힘든 시간이었겠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는 수수료 비용이 크게 절감되었고 서비스 혜택도 다양해졌다. 로빈후드에 따르면 로빈후드 출시 후 4년동안 해당 플랫폼에서 거래한 고객들은 수수료 무료 혜택으로 약 10억달러의 수수료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카카오 페이가 가져다 줄 혜택은 뭐가 있을까? 귀여운 캐릭터와 편리한 UI/UX외에도 혁신적인 서비스들이 무척 기대된다. 참고로 작년 5월에 증권업 인가를 신청한 토스는 아직 진행중이다.

*참고자료

“Morgan Stanley to Buy E-Trade for $13 Billion”, The New York, 2020.02.20
“카카오페이증권, 온라인 특화 증권사 수익에 부정적”, 매일경제, 2020.02.18

“빅테크, 증권업 판 바꾸나…‘카카오페이증권’ 출범”, 한국경제매거진, 2020.02.12
“미국 증권사 수수료 무료 경쟁의 배경과 시사점”, 자본시장포커 2019-26호, 2019.12.17
“미국 온라인 증권사 1·2위 찰스슈와브-TD아메리트레이드 합병”, 한국경제, 2019.11.25
“골드만, 소매금융 부문 확장 모색…US뱅코프 인수 검토”, 연합인포맥스, 2019.11.22
“‘꽉 막힌 규제에’ 온라인 증권사 설립 지지부진”, 뉴데일리경제, 2019.10.21
“주식거래 수수료 ‘0’ 파격 서비스… 월가 뒤흔든 ‘로빈후드’”, 한국일보, 2019.01.26

로빈후드 홈페이지 보러가기 (증권사보다 핀테크 느낌이 물씬 풍긴다)

댓글 남기기